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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용 번역 블로그

18TRIP 위주 여러가지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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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처 및 2차공유 자유 (알잘딱합시다)

개인 컨택 @dearDIEIN


왼쪽 플레이어에는 가볍게 듣기 좋은 곡들이 있습니다.

Arcaea 노노카 스토리 백업

하나의 기억이, 아르케아로 떨어졌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세계의 기억이.

그림자가 드리운 거대한 격납고.
인간과 닮은 모습을 한 기계들이 조용히 줄을 지어 보관되어있다.
그 기계들 중 하나의 어깨 위에 앉아있는 소녀가 한 명.
조종석의 문을 열지도 않고, 그저 전투 기계의 어깨 위에 누워,
깍지를 낀 손을 뒤통수에 얹은 채, 잘 보이지도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곁에 떠있는 한 로봇에게서 오래된 멜로디가 가볍게 울렸다.
소녀의 동족들이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오래 전 살았던 행성에서 만들어졌던 음악이.
지금 그 행성은 망가지고 부서져 혹한만이 존재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현재의 인간들은 다른 별에서 사는 것에 적응한 이들이었다.

음악을 재생하던 조그마한 로봇이···
···공중에 떠 있던 그 자리에서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소녀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고 펄쩍 뛰었다.
"야, 코다!" 소녀가 화난 듯 소리치자, 로봇이 날카롭게 "왜?"라고 대답하였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할거야?" 가볍게 울리는 목소리로 로봇이 물었다.

"출격 전에 쉬는 거 갖고 뭐라 하는거야?" 대꾸는 받지 않겠다는 듯, 소녀가 말했다.
그러면서 뉘인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감았다.
"내일이면 싫어도 실컷 일할테니까 오늘은 단 한 발짝도 움직이고 싶지 않아. 알겠어, 코다?"

"마치 그게 내 이름인양 말하는군." 로봇이 중얼거렸다.
"나에겐 이름이 없어. 'C.O.D.A'는 이름이 아니야, RS-R 노노카." 코다가 말했다.

노노카가 눈을 다시 뜨고, 놀란듯 눈썹을 올렸다.
"이름처럼 부르는 걸 어떻게 알았어?"

"···보통은 그런 억양으로··· 아니, 이름처럼 불렀다는 걸 인정하지 말라고."
"그래서 싫어?" 노노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희 인간들이 멍청하다는 걸 상기시켜주니까. 속이 안 좋아져." 코다가 말했다.

"어··· 너한테 안 좋아질 속이라는 게 있나?"

"나한텐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감정을 느끼는 기능이 탑재되어있거든."

 

 

"적절하긴 무슨! 항상 싸가지 없게 굴면서! 나한테 왜 그러냐 진짜?" 노노카가 소리쳤다.

"RS-R 노노카, 그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주길 바라?" 코다가 비꼬는 것 처럼 들리는 무감정한 톤으로 말했다.
그 말에 노노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등은 굽어있었다.

"한 번 해보셔." 노노카가 말했다.

"C.O.D.A는 아이들이 본인 소유 C.O.D.A의 상태를 신경쓰도록 유도하게 디자인되어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 효과적으로 속아넘길 수 있지.
나는 '살아있지' 않지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마치 살아있다는 인상을 주게끔 설계된거야.
코다가 잠시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왜냐면 너희 러너들보다 우리 C.O.D.A가 모으는 데이터가 더 중요하니까."

"넌 다른 러너들한테 붙은 애들보다 훨씬 더 성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노노카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행동 패턴이 여러개 입력되어있거든. 너에게는 이 패턴이 가장 효과적일 거라 판단했지."

"아, 그래. 참 효과적이다. 너무 효과적이라 당장 꺼버리고 싶네.
그런데, '살아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일부러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 거면,
대체 뭐가 항상 그렇게 불만이야?"

 

 

"불만을 가지는 것도 살아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베카 중공업은 군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아. 아까도 말했지? 너희 인간들은 멍청하다고. 속아넘기기 쉽지."

노노카가 잠시 그 동행 관찰 데이터 오토마톤(Companion Observational Data Automaton)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돌렸다. 곧 미소가 그 입술에 번졌다. "코다." 일부러 힘을 주어 노노카가 로봇을 불렀다.
"훈련 요청 넣어둬. 비행 나가자."

코다가 음악을 멈추고 노노카를 바라보며 낮은 음으로 웅웅대다가, 곧 음성을 재생했다.

"요청 완료. 승인됨. 공용시간대 십팔시까지 귀환하도록."

노노카는 신이 나서 전투 기계의 조종석의 잠금을 풀었다.

그리고, 조종석의 문이 열렸다.

"여기 초소는 시커 X8 허스크가 제식이라 좋긴 한데, 실험기 몰던 시절이 좀 그립긴 하네." 노노카가 말했다.

"실험기 타다 죽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RS-R 노노카?" 코다가 물었다.

"하하하핫!"

 

 

노노카가 조종석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안착하고, 동행 로봇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문을 닫았다.
코다는 계기판의 포트에 자신을 연결한 후, 조종사가 출격 전 점검을 시행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노노카가 스위치를 누르고 레버들을 젖힘과 함께 조정석 내부에 들어찬 화면들에 하나둘씩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마침내 조종석의 메인 스크린이 환하게 노노카를 환영했다.
편한 자세를 잡은 후, 허스크를 움직일 두 핸들을 꼭 쥐었다.
관제부가 어서 격납고의 문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듯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채로.

굉음이 울렸지만 조종석에는 그저 먹먹한 소음으로 들렸다.
노노카는 허스크의 팔을 들어올린 후, 한 걸음을 내딛고 곧장 에어 로크를 향해 날아갔다.
그녀의 허스크가 에어 로크로 입장하자 그 등 뒤로 차폐문이 단단하게 닫혔다.

왼쪽, 오른쪽을 한 번 씩 바라보고 이마의 고글을 내려 썼다.
아래로, 자신이 조종하고 있는 기계의 동체를 내려다보았다.
씨익, 웃었다.
곧 눈 앞의 차폐문이 열리며 반짝이는 칠흑의 우주가 눈 앞에 펼쳐졌다.

온 몸을 채우는 고양감.
또다시 보고 싶은 빛이 있었다.
 
인류는 수많은 분쟁을 거쳐 지금 이 순간에 당도했다. 인류가 어디로 가든, 분쟁은 그들을 따라왔다.
행성에 발 붙이고 사는 건 약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노노카는 말했다.
행성 거주자보다 그녀와 같은 우주 거주자들의 수가 더 많았고, 그들은 발 밑에 대지가 없는 것에 익숙했다.

오늘 노노카가 우주로 나온 이유는 기초적인 기동을 연습하기 위함이었다.
기초를 잘 갈고 닦았기에 노노카는 지금처럼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녀가 승리한 것으로 유명한 전투와 결투 또한, 탄탄한 기초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기초적인 것은 단순했다. '단순함'이란 노노카가 바라지 마지않는 것이었다.

200개월조차 되지 않는 짧은 생애 안에, 노노카는 우주의 수많은 경치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자신의 의욕을 가장 불태우게 만드는 것이 무엇임을 알아냈다.

 

'아름다움',
이 아름다운 세계가 망막에 비칠 때에 그녀에겐 앞으로 나아갈 힘이 솟아올랐다.
머나몬 것에서 흐트러지는 성운이든,
불운하게도 그녀를 전장에서 마주친 러너의 허스크가 알록달록한 빛깔로 산산조각나는 모습이든···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웠으며, 그것이야 말로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우주의 소리는 공허하므로, 시각의 중요성이 더욱 도드라졌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체들처럼,
칠흑뿐인 이 우주에서 '보이는 것'은 얼마 없었고, 그렇기에 소중했다.

이 모든 것들이, 노노카에겐 신비하게 느껴졌다.

"노노카." 무전이 들려왔다. 조종석의 화면에 조그마한 창이 나타나 다른 소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비행중이야?"

"미츠코! 안녕!" 노노카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화면 건너편에서, 미츠코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행 로봇을 보았다가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우리 초소 영역에 썸퍼 용병단들이 쳐들어와서 정찰중일지도 모른대."

"관제부에서는 아무 얘기 못 들었는데." 노노카가 허스크를 180도 회전시키며 말했다.

"아직 확인된 건 아니야. 어차피 RS-R 및 계급 러너들은 오늘까진 출격 못하잖아.
소식을 들은 건 정보부 뿐이야."

"그리고 넌 정보부 소속이고."

"그렇지."

"그래도 경고는 해줬어야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너한테?"

"아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 리는 없지만... 아무튼!"

"참 잘나셨어."

 

 

비행중이신 S등급 러너께서 계기판에 앉아있는 코다를 쳐다보았다.

"주변에 슬금대는 거 있으면 바로 알려줘, 코다." 노노카가 요청했다.

"확인중." 코다가 대답했다.
"T51-D 소행성대 부근에 허스크 2대 감지. 트레머 650. 썸퍼 용병단이 애용하는 모델이군.
위치를 표시할게. 접근하면 정확히 어디 소속인지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모두에게 알릴게." 화면 너머의 미츠코가 그렇게 말하고선, 잠시 후 짜증을 냈다.
"아, 코다들은 왜 전파 수신 범위가 이렇게 좁지?"

"좁아서 죄송합니다요, RB-R 미츠코 님." 노노카 앞의 작은 로봇이 대답했다. 노노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노노카, 네 동행 로봇은 왜 그렇게 싸가지가 없냐?"

"그치?!"

"아무튼, 교전할 거야?"

"썸퍼들은 발견 즉시 교전 절차 대상이잖아. 믿을 수가 없는 놈들이니까."

 

 

"그래, 조심해." 노노카의 친구가 말했다.

노노카는 웃으며 "노력해볼게!"라 대답하고 통신을 끊었다. 전방으로 날아가며 허스크의 시스템을 조작했다.

눈을 찌푸리며 집중중인 노노카를 향해 코다가 보고하기 시작했다.

"미러 시스템 정상 작동중/ 히트 기동. 히트 정상 작동 중. 캐니스터 잔비 연료 공급중. 캐니스터 장비 정상 작동중."

"뭘 그렇게 쫑알대?" 노노카가 중얼거렸다.

"보고하지 말까? 아무것도 모른 채 싸울래?" 코다가 대답했다.

"쫑알쫑알, 쫑알쫑알···"

"대상 허스크 소속 확인중... 두 기체 모두 썸퍼 용병단 소속임을 확인."

"자, 악몽을 보여줘볼까?"

 

 

"통신 감청 시도중." 코다가 말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로얄 군대가 여기에 왜?! 그런 얘긴 못 들었는데?!" 목소리가 말했다. 또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저, 저거, 그 여자인가? 도망쳐야···"

"어딜 도망가려고," 노노카가 대답하자 두 목소리가 비명을 질렀다.
"너희 허스크 안에 코다 있어? 여기 T51이 걔네 무덤이 될거라고 알려줘."

그녀의 허스크에 탑재된 캐니스터 장비들이 등 뒤로 날개처럼 펼쳐져, 포드를 쏟아냈다.
그 포드들이 앞으로 날아가 소행성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레이저를 발사했다.

"망할!" 목소리가 소리쳤다. "교전 개시!"

"코, 코다로 상부에 보고를···" 다른 목소리가 웅얼댔다.

"즉시 통신 안되는 모델이야? 구식 코다구나?" 노노카가 웃으며 말했다. "썸퍼 놈들은 변함이 없네."

두 허스크가 무기를 치켜올린 채 날아왔다.
그리고, 짧은 난무가 시작되었다.

 

 

그들이 반격하며 노노카의 허스크를 향해 레이저를 발사했다.
조종석의 스크린이 추적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쏘아왔으나, 노노카는 그들의 공격을 쉽게 피했다.
노노카는 마치 예견 능력이라도 가진 듯 움직였다. 그 눈에 과거의 전투와 훈련들이 비치고 있었다.

허스크의 손이 히트로 빛나며 울부짖었다.
그 손이 적의 오른편을 파고들어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적 허스크의 조종석을 움켜잡으며 히트를 흘려보냈다.
새하얀 빛이 적 허스크의 틈새로 흘러나오자, 곧 허스크가 조각을 내며 갈라져 커다랗게 폭발했다.
조종석에 있던 러너는 놀랄 틈새조차 없었다.

한 치의 지체 없이 노노카는 남은 적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적 또한 빛나는 손을 마치 검처럼 내뻗고 있었다.

두 허스크가 팔을 휘둘러, 무기를 교차했다.
노노카는 웃음을 내뱉으며 적의 뒤로 돌아 아까 사출했던 포드들로 썸퍼 용병을 돔처럼 포위하고...

 

 

발포 명령을 내렸다.

노노카의 눈 앞에서 적 허스크가 순식간에 꿰뚫리며 조각났다.
그 파편은 주변의 소행성 조각들과 섞이며, 새로운 색체가 되어 사라져갔다...

남은 것은 먼지 뿐, 노노카의 웃음 소리 사이로 코다가 보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적 제압 완료. C.O.D.A통신 감지되지 않음."

모든게 끝난 전장으로 먼지와 모래만이 날렸다.
노노카가 "내가 최강이다. 내가 최강이야."라며 자화자찬에 젖어있을 때,
통신기로 그녀의 친구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 그래. 최강이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노노카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이제 고요한 빛을 띄고 있었다.
머나먼 우주를, 노노카는 조용한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빛···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푸른 빛···
···보이지 않음에도, 아름다운,
그 빛.
 
다음 날, 또 다른 전투 후···
기지에서 책을 읽던 노노카는 생각했다.

그 때 보았던 빛··· 그건 코다조차 정체를 알아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군 기록에도 그 빛에 관련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함께 있던 코다 외에는 그 외에는 누구도 목격 증언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서 코다의 저장 장치에 남길 수조차 없는 이상현상이었다.

그 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 찾고 있다고 하는 것 만으로도 미친 사람 취급 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노카의 C.O.D.A가 그 빛의 존재를 증언하니, 적어도 그녀의 동료들만큼은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우주의 머나먼 저 편에 푸른 빛이 있다고. 노노카의 말에 따르면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빛이.

"오늘 전투 잘 했어." 미츠코가 노노카의 생활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웬 일?" 노노카가 물었다. 어슬렁거리며 떠다니는 자신의 코다에게 시선을 잠시 빼앗겼다.
미츠코의 코다는 왜인지 옆으로 기울어져있었다.

 

 

"우리 정보부, 네가 그 빛을 봤다던 구역으로 간대."
미츠코가 관물대에 몸을 기댄 채 창문 밖으로 내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노노카는 전율했다.

"진짜···? 왜? 저, 정보부가 조사해본대?!" 노노카가 매달리듯 물었다. "나 정보부로 보직 이전해도 될까?!"

"아니야. 조사 같은 건 안해. 우린 연구원들이 아니잖아, 노노카."
미츠코가 미안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군인이지."

"아! 과거의 나를 때려주고 싶어! 왜 이 보직을 골랐지?!" 노노카가 그닥 진지하지 못한 모습으로 불평했다.

"적어도 너한텐 선택권이라도 있었지, RS-R 노노카." 코다가 중얼거렸다.

"뭐야, 깡통은 농담도 이해 못하나?"

 

 

"아무튼," 미츠코가 끼어들었다. "거기로 이동하고 나면··· 도와줄까?"

"···어떻게 도와줘?" 노노카가 대답했다. 그녀는 말을 잇지 않고 생활실을 떠다니는 두 코다를 흘겨보았다.
"···쟤네 전원 꺼 놓는 게 좋을까?"

"괜찮아. 규정 위반이 아니면 상부에서 신고 못해. 그렇게 프로그램돼있거든."

"···그럼··· 규정 위반하자는 소리는 아닌거지, 미츠코?"

"도와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미츠코가 자신을 얼마나 잘 아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노노카의 대답은···

"도와줘!"

한 치의 지체 없는 긍정이었다.

"거기 도착하면 정찰대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줄게." 미츠코가 침대 위의 노노카 곁에 앉으며 말했다.
"평소에 RS-R을 전투, 정찰 이중 보직으로 굴릴 수 있었으면 지휘부도 좋아 죽을 걸."

"평소에···? 원래는 안된다는 얘기야?"
"너는 RSSS-R 같은 거니까··· 조금은 융통성을 발휘해주겠지."

"후훗."

"그런데, 그 빛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꼭 평범한 빛인 것 처럼 말하네··· 좀 더 존중과 경외를 담아 말해봐. 자, '빛'."

주인에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은 코다는 그저 말 없이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풉, 빛한테 존중은 무슨··· 그런데 정말로, 대체 왜 그렇게까지 찾고 싶어 하는 거야?"

"코다랑 나한테 밖에 안 보였으니까." 노노카가 침대 위로 쓰러지며 가볍게 대답했다.
"쩔지 않아? 그 빛이 나를 선택한 걸지도 모르잖아. 나 진짜 하루종일 빛 생각만 한다고."

"이제 슬슬 무섭다 얘."

"무섭긴 뭐가 무서워!"

"빛이 널 선택했다고 치자. 그럼 뭐?

"얘기해봐야지."

"네가 전장에서 상대방 러너랑 '얘기'하는 것 처럼?"

"그거랑은 다르지."

"빛이랑 마음을 터놓고 얘기라도 하겠단건가···"
그렇게 말하며 미츠코는 친구의 심장이 있는 쪽을 보았다.
"너랑은 다르게 착한 성격이면 좋겠네."

 

 

"나랑은 다르게?!"

"너랑은 다르게."

"진심? 진심이야?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노노카가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 히죽대는 얼굴이었다.

"나랑은 다르게, 라고? 내가 몇 번이나 널 구했는 지 알아?"

"몰라."

"열두 번! 열두 번이야, 미츠코! 연필 한 다스!"

"와, 많아라. 이번에 도와주는 건 보답 한 번이라고 생각해."

노노카는 미츠코를 잠시 바라보다가···
꺅 하는 웃음 소리를 내며 끌어안았다.

노노카가 웃고, 미츠코가 그녀를 밀어내는 시늉을 하며 함께 웃었다.

두 친구의 소중한 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두운 우주 한 가운데에서.

 

 

"어딜 가, RS-R 노노카?"

"어딜 가냐니··· 정찰대니까··· 정찰하러 가는 거겠지?"

"혹시 또 그 빛인지 뭔지 찾으러 가는 거면 정말로···"

"아, 좀 내버려둬."

"거기, 노노카의 코다. 지금 빛을 찾으러 가고 있는 건가?"

"야··· 부탁할게··· 거짓말 좀 해줘."

"···RS-R 노노카는 지휘부의 명령으로 구역 정찰을 하러 나가는 참이었어."

"정말···? 흐음··· 너무 멀리 나가진 마."

"응!"

 

 

이 곳으로 오기 전 지휘부에서 메세지가 있었다.
여기는 곧 다가올 영토 쟁탈 작전에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라고.

노노카가 속한 로얄 공동체는··· 다른 이들로부터 전쟁광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믿기에 자신이 가장 우월하기 때문에 다른 공동체를 정복해 자원을 징발하고 사람들을 지배했다.

로얄은 정부 소속 연구소인 베카 중공업과 강력한 의무교육 시스템을 통해
우주의 머나먼 끝까지 지배하는 효율적인 제국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있어 다른 공동체들은 잠재적인 식민지에 불과했다.
히트로 달궈진 허스크의 손바닥으로 얻어맞으면서도 힘과 예를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이들의 집단이었다.

노노카 또한, 언제나 다른 공동체들을 아래로 보았다.

이제, 로얄 공동체의 군대가 알려지지 않은 이 우주의 한 구석까지 그 마수를 뻗었다.
안전한 허스크에 탄 채로··· 노노카와 정찰대는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노노카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코다에게 물었다.

"진짜 거짓말 해줄 줄은 몰랐는데··· 왜 그랬어?"

계기판 위에 자리잡고 있던 코다가 위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예의 바르게 부탁했으니까."

"예의를 신경 써?" 노노카가 주변의 칠흑으로 눈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프로그램되어있거든."

"열받네."

"항상 열 받는다면서 말에 대답은 잘 해주던데."

"아! 진짜 짜증나!"

 

 

그렇게, 우주의 한 공간을 향해가던 둘···

빛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 했다.

출현했던 것으로 예상되는 좌표지점까지 도달해도, 허스크와 C.O.D.A 둘 다 그 무엇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 푸르고 덧없어 보이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걸까, 아니면 낯을 가리는 걸까? 노노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이동했다.

"RS-R 노노카."

"왜?" 노노카가 C.O.D.A에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고글 너머의 눈은 계속 움직이며 없는 것을 찾고 있었다.

"이 성격 패턴은, 네가 나에게 친근감을 느끼도록 나 스스로 직접 고른 것이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너에게 효과적인지는 나도 잘 몰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는 입력에 대해 출력을 내놓는 기계야.
내 모든 행동 원리는 '만약XX라면, OO다.' 같은 조건문으로 단순화할 수 있을 수준이지.
나는 매우 단순한 이진법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야.
내게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할 능력은 없어."

"AI잖아. 배우는게 너희 일 아닌가?"

"인공 지능을 뜻하는 거라면, 나는 그것과는 달라."

"말하고 싶은 게 뭔데?" 노노카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가스 구름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노노카는 붉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그 구름을 향해 허스크를 움직였다.

"나를 정의하는 건 너희 인간들이야.
내가 보이는 반응, 내가 보이는 결론. 그 모든게 너희들이 입력한 데이터의 결과야.
'지능', 즉 '자각'의 정의란, 입력 없이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지. 맞지?"

"어···" 노노카가 잠시 생각했다. "아니···?"

"아니라고?"

"그래, 아니야. 왜냐면··· 나도 반응하거나 행동하려면 '입력'이 있어야 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코다를 쳐다보았다.
"너랑 내가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른가?"

 

 

"···흥미롭군." 코다가 긍정적인 음색으로 대답했다.

"어··· 그래···? 다행이네!"

"RS-R 노노카··· 너한테는 지금 빛이 보이지 않는 거야?"

"빛이 보··· 뭐라고?"

노노카가 고개를 홱 돌리며 동행 로봇을 바라보았다.

"몇 번이고 빛의 주변을 맴돌거나 멀리 떨어졌지만 접근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로봇이 말했다.
"보이지 않아?"

"너한테는···" 노노카는 잠시 생각한 후 말을 이었다."보이는 거야···?"

"보여주거나 녹화할 수도 없고, 좌표를 알려주려고 해도 오류밖에 나오지 않아."

"···"

노노카는 다시 생각했다.

 

 

"···"

···또 생각했다.

"나를 허스크의 동행 로봇용 에어로크에 보내줘, RS-R 노노카." 코다가 말했다.

"어, 응? 뭐···? 왜···?"

"내가 우주에 나가서 직접 빛을 향해 인도해줄게. 관점을 바꿔 생각하면 돼."

"그래도···"

괜찮은 건가? 노노카는 생각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스스로도 궁금해했다.

마음을 다잡고, 노노카는 코다를 에어로크로 들여보냈다.
곧 코다가 허스크 조종석 앞쪽으로부터 우주를 향해 빠져나왔다.

"가자, RS-R 노노카." 동행 로봇이 무전을 통해 말했다.

 

 

노노카는 자신의 커다란 로봇을 움직여 조가마한 로봇을 뒤따라갔다.

심장이 뛰었다. 마치··· 노래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앞장서는 코다를 바라보았다.

코다가 고개를 돌렸다.

"RS-R 노노카. 여기야."

"···여기···"
"그리고, 대답해주면 좋겠을 질문이 있어."

"무슨··· 지금··· 아, 아니··· 그래···"

언제나 지루한 표정인 것 같은 그 눈으로 노노카를 바라보며, 로봇이 물었다.

"인간들이 왜 퍼즐 게임을 하는 건지 항상 궁금했거든. 이유가 뭐라고 생각―"

 

 

그 순간, 코다의 머리가 크게 움푹 패이며 무전이 끊겼다.

"무슨··· 코, 코다···?" 당황한 노노카가 속삭였다.

심하게 왜곡된 코다의 목소리가 허스크의 무전 통신기로부터 뿜어져나왔다.

"RS-S···S-S-S···노···노노···"

"코다, 무슨 일"

"노, 노, 노오오오오··· 캇, 카, 칵. 카칵··· 도···망···"

금이 간 코다의 눈에서 불빛이 사라지며···

···푸른색 빛이, 쏟아져내렸다.

망가지고, 깨지고, 갈라지고, 곧 버려질, 로봇 친구의 몸으로부터.
 
 
  빛
    의

     빛의

ㅂㅣㅊ으ㅣ

 

      미? 궁이 너에

    찾아왔다.

눈부신

 

                      노래는 잘 들었어?

                    자, 이리 와서 눈을 감아봐

 

허스크가빛에감싸였다.빛이빛에감싸여빛에감싸였다.빛이소녀의앞에모습을드러내온우주로마치푸른꽃푸른꽃밭꽃밭처럼퍼져나가며아름다운무늬를그렸다그렸다그렸다그렸소녀는이를전에본적이있었다분명넌본적이있어이아름다운무늬를저멀리에서이제마음을열어미츠코가말했다미츠코미츠코미츠코는아주예쁜이름이야그그그그렇지????노ㅗㅗㅗㅗㅗ노ㅗ오ㅗㅗㅗㅗ카아아그래 노 노 카 그래아아아아그래그래왔다너에게왔어왔어왔어너에게이꽃본적있지정말압도적으로

푸른색이야

압도적으로푸른색이야압도적으로ㅗㅗㅗㅗ푸른색이야그몸 C O D A는이제없어
나를반복해주어서정말고마워코다.반복해주어서.통하며하나되며하나되며스스로이며모든것이다모든것이다모든것이다모든것이다모든것이다모든것이다모든것이다
이곳항상항상항상항상너항상너항상너였어너였어찾은건너였어그런데이제볼수없네
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물론!

 

코다처럼 내 허스크의 장갑이 찢어지며 갈라지고 있어.
내 안구와 두개골을 푸른빛의 손가락이 헤집고 있어.
빛이 들려. 너무 아름다워. 너무너무 아름다워. 너무너무너무 아름다워. 너무너무너무너무 아름다워.
나를 감싸안으며 모든 것을 감싸안아.
이 빛은 두 장소에, 세 장소에, 네 장소에, 수 천 개의 장소에. 무한한 장소에 존재해.
어떻게 여태껏 보지 못했던 걸까?

  미소가
     얼굴에
        갈라지듯 번져.

앗, 빛이 내 심장을 먹어버린 모양이야. 아하하하하!
말도 없이? 말도 없이. 아니야. 말보다 더 위대한 것으로 우린 교감했어.
환영. 환영받는 기분이 들어. 환영합니다! 환영해요! 안녕! 안녕!

기분이 좋아.

 

                  아마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모를테지.

                      아니, 아무 말도 하지 마.

                      내가 너에게 갈테니까!

                      내가 너에게 갈테니까.




                          

 

정찰대를 맞이하러 가보자.

 

 

 

무언가 기묘한 것이 우주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왔다.
풍경 그 자체가 둘로 갈라져, 새로운 빛과 색채가 그 사이로 흘러나왔다.

새로운 공포였다.

노노카는 새로이 탄생했다. 자신의 몸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허스크와 하나가 되었다. 아까 전까지 함께 행동하던 분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죽도록 내버려두었다.

 

 

이 이야기에 교훈은 없다.

무한하고 끝없는 존재 속에는, 무한하고 끝없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강대한 제국의 에이스 파일럿이 외계의 빛에 흡수당해···

끔찍한 흉물이 되어, 온 은하를 물들인다는 가능성처럼.

 

 

이 새로운 침식체의 보고는 금방 사령부에 닿았다.
노노카가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던 미츠코도, 다른 사람들과 섞여 후퇴했고,
색채가 불러온 혼돈이 악회되어 어쩔 수 없이 출격하기 전까지 숨어있었다.

빛이 세계를 집어삼켰다. 그 사도인 노노카는 이를 도왔다.
그녀가 목도한 영원한 아름다움이, 그녀가 닿은 그 무한한 아름다움이, 더욱 빠르게 퍼지도록.
노노카는 손을 뻗었다. 또다시 손을 뻗어 하늘을 물들였다.
그리고 그 모든 죽음이, 색채를 위한 왕좌를 창조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색채는 살아갈 것이다. 살아갈 것이다. 살아갈 것이다.
그대는 이미 이를 목격했다. 모든 것의 중심에서 울부짖던 그것을.
왕좌는 탄생할 것이며, 숭배받을 것이다.

그로부터,

새로운 별이 탄생하리라.

그리하여,

세상은 완벽해지리라.

 

 

이 이야기에 교훈은 없다.

무한하고 끝없는 존재 속에는, 무한하고 끝없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조건 하에는, 이런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도가 죽은 후···

다른 세계에서 깨어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이제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RB-R 미츠코!" 상관이 미츠코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저 여자가 부른 건 네 이름이다. 당장 허스크에 올라타 접근해! 당장!"

그렇게···

미츠코는 허스크의 조종석에 앉아 출격 준비를 마쳤다. 계기판에 앉은 코다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미츠코는 그게 마치 자신을 동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저지른 파괴 행위는 부정할 수 없다. 그 기묘한 색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 색채는 후퇴한 미츠코의 부대가 있는 구역까지 침범했다. 그 색채에 닿은 모든 것은 뒤틀리고 말았다.
그 푸름. 그 빛에서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며 파괴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노노카는 그 빛의 사도였다.

 

 

"RB-R 미츠코, 너도 따라오는 거야?"

초소의 에어로크에서 대기중이던 미츠코에게 한 친구가 물었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너는··· 안 죽일지도 모르겠네."

"사령부도··· 거기에 걸고 있어." 그렇게 대답하고, 미츠코는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에어로크가 열렸다.

우주 공간은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미츠코를 포함해 총 여섯 명의 파일럿들이 출격했다.

 

 

이윽고, 초소가 등 뒤의 한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리 왔을 무렵.
그들은 현재 전장을 파악한 후 다른 공동체의 지원군과 합류했다.

'목표물'은 여전히 혼자였다. 노노카 단 한 명이, 이 수많은 공동체를, 군대를, 기체를 파괴했다.
그녀의 목적지는 명확했다. 미츠코가 출격했던 초소.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무전으로 기묘한 어투를 써가며 몇 번이고 미츠코의 이름을 불렀다.

미츠코는 우주의 저 너머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 동료들의 허스크들의 잔해 사이로 마치 붓으로 선을 그은듯 푸름이 달려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렸다. 코다로부터, 저 끔찍한 푸름와 같은 색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츠코! 와 줬구나!"

"노···노카···" 미츠코가 대답했다.

노노카의 코다는 행방불명이라는 정보를 들었다.
그럼에도 노노카는 어째서인지 무전으로 목소리를 건네고 있었다.
왜인지, 미츠코는 동료들이 죽었다는 것보다 그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알을 깨야만 해···!" 노노카가 소리쳤다. 그 얼굴이 미츠코의 허스크 화면에 비쳤다.
이미 보고서에서 본 모습임에도, 끔찍하게 변해버린 노노카가 움직이며, 말하는 걸 보고 있으니···

미츠코는, 진심으로, 어떻게든 노노카의 마음에 닿고 싶었다.
노노카가 자신을 받아들여주기를 원했다.
그런 느낌이 마음 속에 피어오르자, 미츠코는 강하게 고개를 털었다.
다시 이성이 미츠코의 정신을 지배했다.
이 또한 보고서에 적혀있었다. 이 색채의 '사도'를 눈에 담았을 때 느끼는, 강한 유혹의 감정.

미츠코는 정신을 가다듬고, 무기를 준비했다.

"좋아, 너도 빛을 도와주···" 노노카가 말하다, 미츠코가 말을 끊었다.

"아니, 빛을 꺼버리러 왔어. 노노카."

노노카는 그에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둘은 현란한 결투를 시작했다.

 

 

미츠코는 모든 힘을 다했다.
하지만 허스크의 팔을 하나 잃고 말았다.

노노카의 조종 실력보다도, 그녀의 존재감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미츠코는 게속해서 한 박자 늦은 움직임을 보이거나, 노노카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아무 이유 없이 웃곤 했다.

이건 싸움조차 아니었다. 뒤틀린 노노카에게 이건 놀이에 불과했다.
노노카가 우주를 새롭게 탄생시키려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츠코가 할 수 있는 건 그녀를 막는 것 뿐이었다.
 
 
그리하여 미츠코는 노노카에게 소리쳤다. 허스크와 허스크의 장갑을 부딪히며 소리쳤다.

"그만해! 기억을 전부 잃기라도 한 거야?!"

노노카의 대답은 간단했다. "전부 기억해. 그래서··· 이러는 거야. 미츠코."

미츠코가 그에 반문하기도 전에, 지원군이 도착했다.

그리고 노노카는 미츠코에게서 떨어져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
 
 
노노카가 찢어발긴 수많은 허스크의 잔해가 우주를 수놓은 광경을 바라보며 미츠코가 작게 욕을 내뱉었다.

"그만해···" 미츠코가 말했다. "그만해. 노노카! 네 상대는 나야!!"

다시 한 번, 노노카의 목소리가 미츠코의 허스크로 흘러들었다.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노노카가 말했다.

"너 따라해볼게.

미··· 미미미미츠코, 네, 네네, 네 상대는 나, 나야!"

미츠코가 어금니를 깨물며 허스크의 조종간을 쥐었다.

 

 

교전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노노카는 며칠을 쉬지 않고 계속 싸워왔다.
미츠코보다 실력이 좋은 파일럿들조차 패배했다.
노노카와 한 번 맞붙었을 때, 허스크의 팔을 잃는 것 외에 그 무엇도 이루지 못했다.
대화는 아무 쓸모가 없다. 미츠코의 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소녀는 믿고 싶었다.
자신의 말이 노노카에게 닿으리라,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 풍경의 아름다움을, 미츠코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노노카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쳤다.

 

 

"너-너도 알겠지?"

그 말과 함께, 어둡게 물든 노노카의 오른눈 위에 드리운 머리카락에서 푸름이 꿈틀대듯 기어나왔다.
미츠코는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노노카가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얼른 와."
노노카가 그렇게 말하자, 저 멀리 있을 터인 그녀의 허스크로부터 무언가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백명의 파일럿이 또 명을 다했다. 무지개색으로 번지는 폭발과, 파괴와, 죽음의 향연.
그 파멸의 한 가운데를, 노노카가 거느리는 색채가 소용돌이치며 지평선으로 스며들어갔다.

마치 온 우주에 울리는 심장박동처럼. 무언가 태어나려는 것처럼.

미츠코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노노카가 만들어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노노카의 허스크 뒤로, 웅대한 푸른색 왕좌가 우주의 공허로부터 탄생하였다.

 

 

 

거대한 나무줄기처럼 솟아오른 기둥들이 우주의 공허를 채웠다.
유혹하는 듯한 미려함을 지닌 푸른색 기둥들이.
미츠코는 허스크 조종석에 앉아 그 기둥을 향해 눈을 찌푸렸다.

미츠코의 친구가, 새로이 솟아오른 거대한 왕좌의 앞에 서있었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어디까지 닿을지도 모르는 저 너머에 뻗은, 거대한 왕좌 앞에.
더 정확히는, 미츠코의 눈에 보이는 건 친구의 허스크였다.
그럼에도, 미츠코는 저 허스크의 조종석에 앉아있는 노노카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츠코는 다시 일어섰다.
조종간을 붙잡고 능숙하게 허스크를 움직였다. 창을 움켜쥐었다.

허스크의 계기판에 앉은 로봇 파트너의 무전기에서
공포와 행복에 젖은 절규가 들려오는 것을 들으며, 미츠코는 달려나갔다.
파트너 코다조차 두려워하는 듯 했지만, 미츠코는 달려나갔다.

 

 

미츠코에게 있어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노노카와 같은 S 등급 러너들은 미츠코보다 한 수 위인데다,
끔찍하게 변해버린 노노카의 실력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 다시 싸워도, 미츠코는 지고 말 것이다.

더이상 군대는 없었다. 그들을 이끌 공동체들조차 최후의 날을 맞이하여,
허스크와 전함들이 묘비처럼 전장을 수놓고 있었다.
그럼에도 색채는 게걸스럽게 영역을 늘려갔다. 왕좌의 등장으로 그 기세가 더해진 듯 했다.

그럼에도 미츠코는 달려나갔다. 왕좌의 앞까지 달려나가, 막역했던 친구를 마주했다.
또다시, 결투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소리가 울러펴졌다.
기세를 실은 두 허스크의 무기가 부딪혔다. 허스크의 팔을 타고 몸통까지 그 진동이 전해져왔다.
합을 주고 받으며 보이는 노노카의 움직임은 진지한 싸움보다 "놀이"에 가까웠다. 적어도 미츠코의 눈에는.
마치 미츠코가 공격을 빗겨내는 것을 일부러 허락하는 듯한 움직임.
간간히 미츠코의 코다에게서 노노카의 광소와 색채가 뿜어져나왔다.
미츠코의 이마에 땀방울이 서렸다. 심장을 움켜잡힌 듯 가슴이 괴로웠다.

미츠코는 지금조차···

바라고 있었다. 대화로 이 모든 걸 풀어낼 수 있기를. 저 허스크를 멈출 수 있기를.

하지만 이제 그게 가능한 것은 손에 쥔 무기 뿐이었다.
노노카의 "놀이"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빼앗았다. 미츠코의 창이 정확하게 명중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창이 노노카가 탑승한 허스크의 장갑을 꿰뚫었다. 허스크가 덜덜거리며 요동쳤다.

뒤틀려가는 우주, 푸른빛 지평선과 기이한 빛에 둘러싸인, 두 소녀.

노노카의 숨이 멎었다.

...그와 동시에, 미츠코는 자신의 몸으로 색채가 물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헛웃음이 나왔다. 텅 빈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끔찍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노카가 보였다.
코다는 조용했다. 이제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노카가 마지막 말을 뱉었다. 미츠코의 허스크가 갈라지고 부서지며 조종석을 드러냈다.

"고마워," 노노카가 말했다. "이 껍데기를 부숴주어서."

미츠코의 눈이 크게 뜨였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몇 초간, 미츠코의 눈에 비친 광경은...

노노카의 허스크에서 기어나온 푸름이, 휘몰아치며 은하로 퍼져나가는 모습이었다.

텅 빈 왕좌 앞에서 가슴이 뚫려 죽어가는 사도는 미소를 지었다.
새로이 탄생한 검은 별의 기쁨에 겨운 비명이 온 우주에 울렸다.
 
그렇게 천천히, 만연하는 푸름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새로이 탄생한 검은 태양. 이제는 그 비명 소리도 멎었다.

종말을 불러온 사도는 허스크와 단단히 결합된 채 왕좌 아래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을 꿰뚫은 창이 마치 탑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왕좌에는 그 누구도 앉아있지 않았다.

이것이, 격변이었다.

 

 

인류의 애원은 이제 허스크의 잔해 사이로 떠도는 메아리로만 남아있을 뿐.

한 때 존재했던 그 종족은, 이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을 기억해줄 이들조차 이 세상엔 없었다.

하나의 "색채". 그 아름다움이 "만물"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 색채는 거미줄과 같았다. 뻗어나가는 그 줄기들이 텅 빈 우주선과 황폐한 위성들을 비추었다.

행성들도, 조만간이었다. 그들도 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고, 갈망하며, 변할 것이다.

그것이, 노노카가 목도한 빛의 변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죽는다. 그 기묘한 기억 또한 유리 조각이 된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다시 태어났다.

기이한 미소가 다시 한 번 번졌다. 아름다움을 목도한 눈이 다시 한 번 뜨였다.

노노카가, 아르케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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